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 그림체라 처음엔 좀 손이 안 갔는데, 내용은 의외로 그림체랑 다르게 하드한 편. 하드하다는 게 [헬싱]처럼 극단의 액션을 보여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, 플롯을 최대한 꼬으고 꼬으고 또 꽈서 추리장르의 느낌을 팍팍 넣었다. (알고보니 작가 전작이 [스파이럴]이라는 추리 만화-_-;) 2권쯤 그럴 기미가 보이는데 이게 9권까지 숨겨진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권이 없다.. 이런 구성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다 싶던데 난 그럭저럭 잘 풀어냈다고 본다. 무엇보다 고작 9권만에 이 정도의 내용을 압축했는데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건 훌륭한 재능이라고 생각. '너무 강한다데가 미쳐버려 봉인된 왕비와 그 봉인된 왕비를 사랑하여 풀어주기 위해 방황하는 왕'(=잃어버린 그녀와 모험하는 주인공?)이라는 정석적인 주제가 종국에는 전혀 다른 얘기로 전개되는 과정이 숨돌릴 틈 없이 펼쳐짐. 다만 결국에 모든 캐릭터는 주인공과 악당을 불문하고 다 나름의 이유와 사연이 존재한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어찌보면 과하게 성실한 얘기다. 심지어 가장 악당으로 보여질 모씨도 자신의 나라와 동족을 위해 행동했다는 명분이 있으니.. 캐릭터 조형에 재미가 덜하달까. 스트라우스라는 희대의 먼치킨에 대한 호오가 이 만화의 호오를 결정할 듯. (브리지트 보정이 꽤나 막강하긴 하지만)
마침내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는 용인커플. 4권을 읽고 난 뒤 꽤 오랫만에 읽는거라, 4권 마지막 장면에서 일시적으로 헤어진 그들이 재회하는 장면을 여러번 그려보았는데.. 역시나 이 작가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. 정진정명 용과 인간의 뜨거운 사랑의 재회를 그려내는 그들. 후..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최대 미덕은 접근성에서 있다고 보는지라(군대에서 추천한 후에 유일하게 실패하지 않은 외국소설) 이 장점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 매우 궁금하다. 테메레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또한 맛이 훌륭한데, 이번 권에서 스스로 조직을 갖추고 용권신장(...)을 위해 분주한 테메레르를 보니 역시 독자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다는 생각이.. 다만 로렌스의 역할이 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걸린다. 이번 권에서의 그는 거의 60살 먹은 노인과 다를바가 없이 등장한다-_-; 뭐 이것저것 고초를 많이 겪었으니 이해 못 할바는 아닌데, 그래도 니 용과 비교해보면 너무 대비되잖냐; 로맨스 소설로 치면 이제까지 로렌스가 남주 역할이고 테메레르가 여주 역할이었다가 바뀐 느낌이랄까(...). 어쨌거나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한 소설.
 | 입문 -  이창호 지음/삼호미디어 |
아니, 감상은 아니고(...) 지하철에서 읽고 있는데, 옆에 할머니께서(정확히 말하면 아주머니와 할머니의 경계에 계신 연배였다) '학생 바둑에 관심있어요?'라고 말을 거셨다. 뭐 거기까지는 그냥저냥 이 얘기 저 얘기 주고받았는데..
"바둑에는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어요. 노자는 중용이 중요하다고 했지만, 사실 중용이라는 건 없지요. 세상 전부가 흰돌과 검은돌로 이루어진 거에요. 혹시 교회 다녀요?"
...이쯤에서 걍 내던지고 일어나고 싶었다. 그리고 다행히도 다다음 정거장이 내릴 역이라서 내렸다. 휴..
흑백 논리는 옳지 않다고 초등학교 때 안 배웠수.. 그리고 도대체 왜 결론이 교회로 내려지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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